11월 3일부터 8일까지 6일간 여수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경북대표로 출전한 서정국 선수가 철인3종(수영 750m·사이클 20km·마라톤 5km) 스프린트에서 1시간 12분 29초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서 선수는 2013년 6월 경주 트라이애슬론 대회를 시작으로 2014년 10월엔 통영 트라이애슬론 장애인부 1위, 2016년 6월 경주 문화체육 관광부배 트라이애슬론 장애인부 1위를 차지하는 등으로 두각을 내왔다.
올해 2023년 6월 고성 아이언맨 70.3하프코스(수영 1.9km·사이클 90km·마라톤 21km)를 6시간9분22초로 골인했했으며, 6월 제4회 양산시장배 황산전국철인대회(올림픽 코스)에서는 일반인 530명과 겨루어 전체 35위를 차지하고 연령대(40대)에는 5위를 차지했다.
또한 7월 롯데아쿠아슬론(수영1.5km·롯데타워 128층) 걸어서 오르기를 1시간17분22초를 기록했다. 9월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장애인부(스프린트) 1위를 차지하는 등 올해 철인대회를 꾸준히 소화했다.
서정국 선수는 “‘포기보다 실패가 낫다’라는 말을 새기면서 운동을 한다. 경기를 뛰면서 포기하고 싶은 극한의 고통이 따를 때도 있지만 견뎌내고 완주 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라며 “체력이 닿는 한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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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국 선수의 인간승리
"파라트라이애슬론(장애 철인 3종 경기)은 장애를 가진 분들이 철인 3종 경기를 도전하는 종목이죠. 저는 육체의 한계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할 겁니다"
파라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인 서정국(49)선수는 국가유공자다. 군 복무 시절 대전차 지뢰 사고로 왼쪽 눈과 다리를 잃고 오른쪽 다리는 관통상을 입었다.
◆ 운전병 복무 중 대전차 지뢰 밟아…사회 적응 어려워 극단적 선택 생각하기도
서 선수는 운동을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강원도 철원 백골부대(3사단)에서 운전병으로 근무하던 1996년 수해로 쓸려나간 비무장 지대 보수 공사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 대전차 지뢰를 밟는 사고가 일어났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대전차 지뢰는 1m 20cm 묻혀 있었어요. 그 해에 비가 엄청나게 와서 모래가 압력을 받아 적은 무게에도 터지게 된 거죠. 원래는 대전차 이상 돼야 터지거든요. 순간적으로 기억을 잃었죠”
그는 차와 헬기를 이용해 당시 영등포구 등촌동(현 강서구)에 있던 ‘국군수도통합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 이송 후 8시간, 4시간, 6시간 연속으로 수술을 받을 정도로 상태가 위험했다. 왼쪽 다리는 절단됐고, 오른쪽 다리는 관통상, 왼쪽 눈은 실명됐다. 지뢰가 터지면서 파편이 입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담당 의사는 서 선수의 부모님께 장례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기적적으로 깨어났고 의족에 의지해 1년간 투병생활을 끝내고 사회로 나왔다.
그는 대학교에 복학해 세상에 적응하려 노력했지만 의지가 상실되고 희망을 잃게 되면서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의 연속이었다.
“당시에는 우울한 날이 많았어요. 한번은 5층에서 투신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살은 100kg까지 쪘어요. 이래선 안 되겠다 싶더군요. 보훈병원에 계신 의족 담당관님께 "운동을 하고 싶은데 도와 달라"고 부탁드렸죠. 다리가 없으니 먼저 수영을 배우라고 하시더군요. 눈치 보지말고 운동하라며 장애인들이 다니는 수영장을 소개해 주셨어요”
서 선수는 수영을 통해 세상으로 한발짝 나갈 수 있었다. 수영을 배우면서 자신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사회에 적응해 나갔다. 몸도 가벼워 졌고 정신적인 후유증도 조금씩 사라졌다. 그 다음 목표로 걷는 것을 결정했다.
“처음에는 의족을 끼고 100m 걷는 것도 힘들었어요. 오토바이가 제 이동수단이었죠. 다시 목표를 세웠죠. 매일 강변을 따라 걷는 연습을 했어요. 1주일은 100m 걷고, 좋아지면 150m로 늘렸어요. 이렇게 6개월을 빠짐없이 했죠. 어느새 6km를 걸을 수 있게 됐어요. 이때부터 살이 쭉쭉 빠지고 몸이 가벼워지니까 통증도 덜 했어요. 그리고는 등산을 시작했어요. 이렇게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도전하고 이뤄냈죠”
산에 오를 수 있게 되자 그는 달리기에 도전했다. 당시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된 의족이 없어 보행의족을 낀 채 달렸다고 한다. 달릴 때마다 의족이 빠지기도 했지만, 몸의 한계는 없다고 믿게 된 그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사이클도 도전했고, 결국 철인 3종 경기까지 나서게 됐다.
◆ 이웃과 사회봉사를 위해 사회복지사·생활체육 자격증 취득…
자신처럼 불편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서 선수는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기위해 지역방범대와 청도군 인명구조대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봉사활동을 꾸준히 했어요. 방범활동과 인명구조대 활동도 마찬가지죠. 제 몸도 불편하지만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아이들 등교시간에 건널목 교통신호를 봐 주는 봉사부터 시작했어요. 인명구조대 활동하면서 계곡에 고립된 사람, 물에 빠진 사람, 행방불명된 치매노인 등을 구조하기도 했어요”
자신에겐 엄격하면서도 이웃에게는 따뜻한 그는 현재 '사랑의 연결고리', '굿 네이버스' 등을 통해 후원금을 기부하고 있다. 또, 청도상이군경 사무국장을 맡아 지역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일도 하고 있다. 봉사단체인 ‘국제로타리클럽’에도 소속돼 있다.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이 좋아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지금은 생업 때문에 봉사활동에 전념할 수 없어 안타까울 때가 많죠. 봉사활동은 잠시 중단하고 후원을 하고있어요"
그는 체육 관련 봉사를 위해 생활체육지도사 2급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철인 3종에 도전하는 선수들을 교육할 수 있는 자격증 취득도 했다.
서정국 선수는 "저도 많은 사람에게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베풀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베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이 자신이 사회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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