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又칼럼 48회)

지금은 신기한 일도 아닌 평범한 일상이지만, 몇 년 전에 여학생의 새로운 ‘헤어 스타일’이 등장했다. 앞 머리카락을 돌돌 마는 플라스틱 미용 도구를 한 모습인데, 새내기 중학생이 주로 했다. 고등학생? 이미 시근(識見)이 있으니 ‘쪽 팔린다.’고 안 한다. ‘헤어롤’이라는 이름은 세련미가 없다고 쓰지 않고 ‘구르브’라고 부르는데 오히려 ‘클립’의 일본식 촌스런 발음이다. 

 2017년 3월 13일자 중앙 일간지에 재미있는 기사가 있었다. 이모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구르브’ 두 개를 한 모습으로 출근했는데 그날이 대통령 탄핵 선고 날이었다. 더 가관인 것은 이게 외신에도 보도 되었고, ‘일하는 여성의 모습’으로 ‘역사적 의미가 있다.’라며 헌법재판소에 전시하자는 안이 거론되었다. 언론의 ‘마사지술’이 이 정도이니, 개그맨이 어찌 먹고 살 수 있을까? 헌법재판관이 누구인가. 국민이 우러러보는 위치이다. 예민한 여중생들이 ‘옳다구나!’ 따라 한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일에 열중하는 모습인지 <혼 나간> 증거인지는 시간이 판명할 텐데. 그때 판결의 논란이 커지고 있으니 ’건망증 유물‘로 세계적 망신을 살 뻔했다.

 요즈음 국회 토론에 ‘왜 존칭을 쓰지 않느냐’라는 시비가 생기는데, 안 쓰는 者(놈)도 문제이지만 본질을 흐리게 하려는 목적으로도 쓴다. ‘구르브’도 논점을 흐리려는 것이 아님을 말미에 밝히기로 하고, 근래 헌재소의 납득할 수 없는 여러 행위 중 <얼빠진> 몇 가지만 짚어 본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으로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를 의결했는데. 탄핵소추 의결 사항이 ’윤 대통령의 행위 - 형법의 내란죄, 직권남용죄‘이다. 그런데 2차 준비 기일에서 국회 측이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한다‘ 라는 주장을 철회했다. 내란 행위는 있고 내란죄는 탄핵 사유에서 제외한다는 궤변이었는데 이것도 헌법재판관의 권유가 있은 정황이 방송으로 국민에게 다 알려졌다. 국회 의결 사항이 탄핵소추에서 바뀌면 다시 의결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정당한 절차에 의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문제를 이렇게 다루어도 될까? 탄핵 각하 사유로 충분한 헌재소의 <멍청한> 행위가 아닐까?

 헌법재판소법 제32조에 헌법재판소가 다른 국가기관이나 공공단체에 심사에 필요한 기록을 요구할 수 있는데, (다만 재판 소추, 또는 범죄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하여서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라고 명시하였다. 노골적으로 이를 무시하고 이상한 근거를 들이대며 대통령에 관한 검찰의 수사 기록을 요구했다. 같은 맥락으로 한 권한대행 관련해서, 국회대리인단이 국무위원 진술조서를 검찰에 요구했는데, 검찰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근거로 거부했다. 이것이 바로 헌재법 32조의 단서의 적확한 적용이 아닐까? 국회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부터 검찰에서 받아야 하는 자료이므로 위법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행했다. 그런데 검찰은 수사 기록 하나는 제출하고 하나는 거부했다. 누구의 <정신 빠진> 일일까?

 헌법 재판관 임명은 대통령 추천 3명, 대법원장 추천 3명, 국회 추천 3명인데, 국회 추천은 여당 1명, 야당 1명, 합의된 인사 1명이라는 것이 (헌법적 관행)이라고 법조 원로, 홍준표시장이 명확히 했다. 합의 안 된 1명을 최 권한대행이 임명 않으니, 국회에서 권한쟁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요청했다. 이게 제척사유와 관련하여 국민은 다른 방법이 없는가? 하는 의구심만 가졌다. ’홍카콜라‘에서 확실한 근거 - 법률의 기본 원칙인 (자연 적정의 원리) ‘자기 사건에 심판관이 될 수 없다’는 즉 편견 배제의 원칙 위반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논란을 헌법재판소가 결정한다? 상식에 맞지 않은 일을 여사로 했으니. 국민이 모른다고 생각하고 해치웠을까? 아니면 스스로가 무식해서 강행했는가? 시정에서는 춘향이 수청 문제를 결정하는 변사또의 <어처구니 없는> 개판이라고 놀리고 있다. 

 재판관 후보자 논란도 있다. 판결의 성향을 온 언론과 정치인, 국민이 다 아는데 그를 꼭 임명해야 할까? 표결의 방향이 결정되었다면, 구포역 앞에 많이 있던 노숙자(비하 아닌, 딱히 할 일 없는 사람) 한 명 보라색 옷 입혀 놓아도 결과는 같다. 중요한 곳에 써야 할, 고시 합격 법관경력의 훌륭한 인재를 굳이 임명할 필요가 있을까?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지 않고, 이념에 따라 판결할 것이라는 말이 <줏대 없는> 기우이기를 바란다. 이는 다른 재판관도 마찬가지이다. 

 요즈음 방송 시스템이 좋아서 헌재 재판관 말 한마디, 태도 하나하나를 국민이 다 본다. 특히 어린이들이 ‘롤모델’로 본다. 헌법재판관은 이 세상의 고뇌를 혼자 짊어진 것일까? 일부는 왜 벌레 씹은 표정으로, 코를 박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원고를 읽는지 알 수 없다. 편향된 이념을 소신이라고 억지 주장하려니 그렇다는 시각도 있던데, 뭘 잘못했기에 <넋 잃은> 모습으로 보일까? 발표는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학생들이 배운다. ‘구르브’ 따라 하는 것을 서두에 언급한 이유이다. 

 제일 큰 문제는 총리 탄핵이 헌법재판소 바이블 격인(주석 헌법재판소법) 책대로 기각될 것이니, 최 대행이 임명한 재판관 2명의 무효 문제도 대두된다. 유일한 방안인 ‘대통령 탄핵 각하’가 안 되면, 엄청난 혼란, 후폭풍과 함께 헌재소를 가루로 만든 <영혼 없는> 사람이라고 역사에 기록된다는 점이다.(2025. 3, 白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