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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초보은(結草報恩)-비슬산과 포산(苞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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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초보은(結草報恩)-비슬산과 포산(苞山)

길가의 잡초에도 부끄럽다.

(白又 칼럼 30)


청도 인근, 창녕의 송현동 고분에서 열여섯 살 정도, 153센티 키의 소녀 유골이 발견되었다. 

한쪽 귀걸이를 한 채 순장(殉葬)된 이 유골을 2007년에 송현이라고 이름 지었다. 천오백여 년 전의 그 죽음에 마음이 아리다. 순장 풍습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에 많이 행해졌는데 차츰 사람이나 동물 대신 인형을 묻는 것으로 바뀌었다. 진시황 병마용도 순장의 변형이고, 신라 지증왕 3년에 순장을 금지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때까지 행해졌다는 말이겠다.


춘추시대 晉나라 문공(文公)의 부하에 위무자(魏武子)라는 장수가 있었다. 전쟁에 나갈 때 두 아들을 불러놓고 자기가 죽거든 그의 애첩 조희(祖姬)를 ‘좋은 사람 골라 시집 보내라.’라고 당부했다. 

그 정도 품격이 있는 대인이니 당연히 승리했다. 그런데 전장에서 돌아와 막상 집에서 병들어 죽게 되니까, ‘함께 묻으라.’하고 유언했다. 둘째 아들 ‘위기’가 순장하자고 하자, 맏아들 ‘위과(魏顆)’는 ‘정신이 맑을 때 유언은 따르고 어지러울 때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라고 하며 서모를 좋은 집으로 개가시켜 주었다. 


뒷날 위과가 전쟁에 나가 진(秦)나라 두회(杜回)와 맞붙어 첫 싸움에서 지자, 그날 귓전에 맴도는 청초파(靑草坡)라는 소리를 생각하고, 그리로 진지를 옮겨 다시 싸웠다. 위과가 멀리서 보니 두회가 용맹했지만, 웬 노인이 풀을 잡아매어 두회 말(馬)의 발이 자꾸 걸리게 했다. 두회가 할 수 없이 말에서 내려 싸우는데, 이제는 자기의 발이 풀에 걸려 넘어지니 아군이 포로로 잡을 수 있었다. 그날 밤 위과의 꿈에 그 노인이 나타나 ‘나는 조희의 애비 되는 사람으로, 장군이 내 딸을 순장하지 않고 좋은 곳으로 시집 보내준 은혜를 갚기 위해 풀을 매어 장군을 도왔다.’라고 했다. 아울러 노인의 예언대로 위과의 후손은 왕족이 되었다. 풍몽룡의 동주 열국지에 나오는 이야기로, 잘 알려진 결초보은(結草報恩) 고사이다. 


노인이 잡아맨 풀은 ‘그령’이다. 인가 주변과 도로변에 흔히 자라는 벼과 식물로 뿌리줄기가 다소 짧게 자라며 잘 끊어지지 않는다. 원래 ‘그르영’ - 그러당기기(발목을) 좋은 이엉, 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하며, 밟아도 잘리지 않고 바람에도 절대로 해를 입을 리가 없어 바람을 잘 안다는 지풍초(知風草)라는 이름까지 얻은 풀이다. 시골 사람 뇌리에 떠 오르는, 서로 매어 걸려 넘어지게 장난을 치는 바로 그 풀이다. 억센 것이 수크령, 부드러운 것이 암크령인데 생식적인 구별은 아니다. 한자는 苞(포)로 쓴다. 

  화초로 가꿀 리가 없는 잡초이나 독특하게 추사의 제자인 전기(田琦)가 그린 계산포무도(溪山苞茂圖)에 있다. 스산한 느낌을 갈필로 그린 이 그림은 30살에 요절한 천재 화가의 외로운 마음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는데 그 초점은 수크령이다.


지난 28회 칼럼 ‘비슬산, 비슬산’에서 包山이라고 표현했더니 苞山이 아니냐는 독자의 문의가 있었다. 包山이라고 한 것은 삼국유사 기록 포산이성(包山二聖)조에 따른 것이다. 

  현풍을 관향으로 하는 포산곽씨는 고려조에 금자광록대부를 지낸 곽경(郭鏡)이 苞山君에 봉해진 것이 연원으로, 조선조에 玄風으로 개칭되었다. 包山이라는 명칭은 삼국유사에 ‘梵音(범음)’에 연유가 있다 하니, 梵이 佛의 뜻도 있으므로 佛의 차음이 아닐까, 생각하고 예전에 몇 차례 언급 한 일이 있었다. 그 근거로 정상 부근의 바위 능선이 밑에서 볼 때 부처와 닮았다는 설이 있으며 ‘일연을 말한다’라는 고 모씨의 저서에 기록이 있다.


 현풍곽씨, 즉 苞山곽씨는 도덕, 충효, 정절의 가문으로 유명하다. 조선 시대 34명 이상의 대과 급제자를 배출한 양반 가문임은 말할 것도 없고 임진왜란 때 충신 곽재우 홍의장군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독특하게도 현풍에 효자 효부를 기리는 정려(旌閭)가 무려 12門이나 있다. 포산의 남쪽 산록인 청도의 각북면 오산리와 덕산까지 현풍의 관할이었던 때도 있어 그 오산리에도 정려각이 있다. 현풍곽씨 집안으로 출가한 창녕조씨의 정려이다. - 그 정려문은 놀랍게도 양명학을 이은 강화학파 이건승(李建昇)이 찬(撰)했다.  

그러니 고려 때 당초의 包山을 아무런 의미없이 그령 苞로 쓰지는 않았을 것이고, 결초보은의 함축적인 의미가 있기에 苞山이라고 바꾸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보수 논객은 우리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가장 큰 원인으로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제일 먼저 들었다. 어떻게 이룬 나라인데 충성은 생각 않고 상상할 수도 없는 금액의 배임, 횡령, 제삼자 뇌물 등등 열거하기도 힘든 무려 십수 가지의 범죄혐의로 기소 되고도 고개를 쳐들고 있는지... 정도의 차이일 뿐, 다른 매국노는 없을까 하는 생각에 길가의 풀, 결초보은의 상징 수크령에게도 부끄럽다. 우리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고 서로 의지하여 도와가며 산다. 삶 자체가 수많은 인연과 피땀으로 이룩한 나라 은덕의 그늘에서 영위하고 있을 진데, ‘언제 수크령을 매는 것 같은 자그마한 보은이라도 했던가.’하는 주제넘는 자책을 하며 苞山을 바라본다. (2024. 6, 白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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