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又칼럼 31)
지난해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 전에 대전과 여수 엑스포를 개최한 일이 있지만, ‘등록 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행사로 꼽힐 만큼 격이 높다. 전부 개최한 국가는 6개국뿐이다.
그 기대 효과가 크기에 대통령이 해외 순방까지 하고 삼성, 현대, LG, SK등 모든 대기업에서도 노력했지만, 사전에 오일머니 150억 달러(18조원)를 투입하여 준비한 사우디가 119표, 우리 29표, 로마 17표를 받아 떨어졌다. 참으로 아쉽다. 처음부터 딱 되면 얼마나 좋을까 마는, 야당에서 이걸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말까지 있었는데, ‘그전에는 뭐 했느냐?’는 소리에 쑥 들어갔다. 우리가 개최한 평창 동계 올림픽은 4차례 떨어진 후 유치하여 성공했다.
어린이를 가르치는 ‘깨어진 꽃병’ 비유가 있다. 청소하다가 꽃병을 깬 아이와, 꽃병 깰 것이 두려워 아예 청소를 안 한 아이. 어느 쪽을 어떻게 나무라고 가르치느냐의 문제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1961년 서독을 방문했을 때, 라인강의 기적을 이끈 독일 에르하르트 총리는 ‘우리는 프랑스와 16번 싸웠다. 그래도 2차대전 후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가 프랑스 드골 대통령을 찾아가 악수했다.
일본을 무조건 배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 조언이 전부는 아니었지만, 대통령은 무수한 반대를 무릅쓰고 1965년 한일 협정을 체결했다. 그때 받은 배상금 3억 달러, 차관 2억 달러, 상업차관 3억 달러를 바탕으로 경제를 일으켰다. 그 피 같은 자금 일부로 고속도로를 개설하고 포항제철 등을 건설했는데. 제철소의 경우, 그 전에 건립을 계획했다가 가능성과 돈 때문에 백지화된 일이 있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 3개월을 앞둔 시점,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은 10% 미만으로 상대 후보의 1/5 수준이었다.
정부는 우리 영일만 일대의 깊은 바다에서 ‘대왕고래’ 구조 등 천연가스와 석유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발견하여 곧 시추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포항 앞바다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했었지만, 그때는 2백 미터의 앝은 바다였고 이번은 천 미터의 깊은 바다이다. 그 가능성은 20%로 낮다지만 근래 20여 년 사이 발견된 최대 유전인 남미 가이아나 광구는 가능성이 16%였다고 한다.
관련 자료를 검토한 ‘엑트지오 카스텔’의 ‘아브레우’ 박사는 기반암과 저류층이 존재하고, 덮개암이 있으며, 탄화수소 누적 암석이 양호해서 가이아나 광구보다 탄성파 데이터의 품질이 뛰어나다고 보고했다.
이름한 대왕고래 외에도 주작, 홍게, 방어구조 등이 있어 이제는 오로지 시추로 확인할 절차만 남았다고 했다. 그 매장 가능성은 무려 140억 배럴로 가스는 우리나라가 29년, 석유는 4년 이상 쓸 분량으로 봤다. 정부는 우선 5개 공을 시추할 계획으로 1개 공 당 천억 원의 자금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를 대통령이 발표하자 아니나 다를까 무조건 반대를 하며 딴지를 거는 측이 생겼다. 갑자기 웬 산유국 발표냐? 지지율이 떨어지니 국면을 전환하려는 술책 아니냐? 그런데 이 시추를 결정한 것은 지난 1월이었다.
그때 발표했으면 보나 마나 총선용이라고 했을 테니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연기하여 발표한 것이었다. 20% 가능성으로 무려 5천억 원을 낭비하느냐고 하는데 ‘국민 1인당 25만 원씩 퍼주는 무지한 포플리즘으로 국가 빚이 13조 원 느는 것’보다 ‘나라의 장래와 후손을 위해 5천억 원을 투입하는 것이 낫다.’라고 생각할 만큼 국민은 성숙하다. 코로나 사태로 어쩔 수 없었던 지원이 통화량 증가로 환율을 들먹여 물가를 올리고, 온 국민이 그 고충을 함께 겪는 소중한 경험을 이미 하고 있다.
실패가 두려워 시도를 아예 하지 않는다면? 국가 대사를 꽃병과 비유하기는 적절치 않지만, 깰까 두려워 청소 안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국민의 피 값으로 받은 돈이고 그 책임을 모두 져야 하니 제철 사업 등을 하지 않고 고속도로 뚫지 않았더라면?
우리 국민소득이 3만 5천 달러에 이르지만 그 바탕은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불굴의 도전정신, 실패를 두려워 않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 엑스포 유치는 끝난 것이 아니고 소중한 경험을 쌓은 것이다. 영일만 앞바다도 다섯 번 뚫으면 꼭 성공하겠지만, 설령 백보 천보 물러서서 혹 단번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 출발을 국민은 격려하며 도우고 참여한다. 결과를 얻지 못해도 경험이라는 자산이 남으니 더 조사하여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찾아내고 도전해야 한다. 반대하려면 포항 앞바다에 드러누워라. 경부고속도로 시작할 때 불도져 앞에 누운 사람을 역사는 기록했다.
20%의 가능성은 포기하면 영원히 제로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후세에 죄를 짓는 것이니 망설이지 말고, 다섯 공을 25번이라도 더 해야 한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반드시 성공하기를 온 국민이 성원하고 기원한다. (2024. 7. 白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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